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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컬 댄스(vertical dance)는 로프에 몸을 묶고 고층빌딩의 외벽이나 암벽 등에서 몸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하는 현대무용의 한 장르다. 바닥에 놓인 수평의 무대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면과 수직인 곳을 무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펼쳐지기에 공중 댄스(Aerial dance) 혹은 에어 발레라고도 불린다.

버티컬 댄스는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트모던 댄스의 개척자’로 불리는 미국의 안무가 트리샤 브라운(1936~2017)이 버티컬 댄스 기법을 처음 활용한 것으로 꼽힌다. 춤의 통념을 깨트리는 수많은 시도를 한 그는 ‘빌딩 옆을 걸어 내려가는 남자(Man Walking Down the Side of a Building·1970)’라는 작품에서 남자 무용수가 도르래에 연결한 로프에 몸을 의지한 채 옥상에서 지상까지 건물 외벽을 걸어 내려오는 장면을 연출했다. 1990년대 이후 전세계에서 본격적으로 많은 버티컬 댄스 전문 그룹들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 1991년 결성된 행위예술 그룹 ‘프로젝트 반달루프’는 버티컬 댄스에 암벽등반을 접목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대암벽 ‘엘 캐피탄’이나 중국 장자제 절벽 등에서 펼친 버티컬 댄스 퍼포먼스가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버티컬 댄스가 공연보다 CF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2008년 한 아웃도어 의류 업체가 영화 ‘클리프행어’의 촬영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맥에서 버티컬 댄스 CF를 촬영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CF에 출연한 반달루프는 그 직후 우리나라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2016년에는 한 화장품 업체에서 에어 발레라는 이름으로 여성 무용수가 도심의 빌딩 외벽에서 버티컬 댄스를 하는 광고를 내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3일 오후 부산 첫 버티컬 댄스 공연이 영도 라발스호텔에서 펼쳐졌다. ‘견딜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의 공연은 100m 높이 호텔 외벽을 무대로 모두 15명이 참여해 국내 버티컬 댄스 중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많은 무용수가 출연한 작품으로 기록됐다. 버티컬 댄스의 가장 큰 매력은 수직 무대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일 테다. 로프의 원심력을 활용해 체공시간을 늘려 공간을 360도로 사용하면서 중력을 거스르는 몸의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한 가닥 로프에 몸을 맡긴 채 도약과 회전을 자유자재로 하는 모습은 땅 위에만 있어야만 하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몸짓 같아 경이롭기까지 하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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